웹으로 만들까, 앱으로 만들까?
개발자 단톡방에서 이런 질문을 봤다. "수익을 내보고 싶은데 웹과 앱 중 어느 쪽으로 시작하는 게 좋을까요?" 여러 언어를 조금씩 다뤄봤고, 단 1달러라도 벌어보면 동기부여가 될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 충분히 이해할 만한 고민이다. 다만 답을 고르기 전에 먼저 궁금한 것이 있었다.
그런데 무엇을 만들려고 하시나요?
무엇으로 만들지보다 무엇을 해결할지
웹 개발자는 웹으로 할 만한 일을 찾고, iOS 개발자는 앱 아이디어를 찾는다. Electron 개발자는 설치형 프로그램으로 무엇을 만들까 고민한다. 손에 익은 도구부터 떠올리는 건 자연스럽다. 하지만 그 도구로 해결할 문제가 있는지는 별개의 이야기다.
내 경험으로는 "월 100만 원을 벌려면 뭘 만들까?"에서 출발할 때보다, 일상에서 "어, 이거 불편한데 해결책 하나 만들어볼까?" 하고 시작한 일이 실제 고객을 얻고 매출로 이어졌다. 먼저 찾아야 할 것은 구현할 기능이 아니라, 누가 어떤 문제를 겪고 있고 그것을 해결하면 얼마나 큰 가치를 느끼는가 하는 질문이다.
웹 시장, 앱 시장이라는 구분의 함정
개발자들은 웹 시장은 포화 상태인지, 앱 시장에는 기회가 남아 있는지 묻는다. 물론 유통 채널과 산업을 분류할 때는 유효한 말이다. 하지만 고객이 가진 수요를 찾아가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사람들은 앱을 쓰고 싶어서 물건을 사거나 웹사이트를 열고 싶어서 동영상을 보는 게 아니니까.
❌ 웹 시장 ❌ 앱 시장 ❌ 데스크탑 시장
👉 누군가는 동영상을 올리고 누군가는 보고 싶어 한다. 유튜브가 연결하는 시장이다.
👉 가까운 이웃과 중고 물건을 거래하고 싶은 사람들은 당근에서 만난다.
👉 좋은 먹거리를 골라 편리하게 받아보고 싶은 수요는 컬리가 공략한다.
이것들은 웹 시장도, 앱 시장도 아니다. 서로 다른 욕구와 불편을 가진 사람들의 시장이다. 그 사람들이 지금 무엇을 이용하는지, 어디서 불편을 느끼는지, 내가 더 나은 해결책을 줄 수 있는지를 살피는 것이 먼저다.

그다음이 플랫폼이다
시장이 보이고 사용자의 생활과 업무 맥락을 이해하면 기술 선택에도 이유가 생긴다.
👉 설치 장벽 없는 최상위 접근성을 원한다면 모바일 웹
👉 생산성을 위한 넓은 화면과 키보드가 중요하면 PC 웹
👉 리텐션을 위한 알림과 OS 기능의 깊은 통합이 중요하면 네이티브 앱
👉 로컬 파일이나 장치를 직접 다뤄야 하면 설치형 프로그램이 유리할 수 있다.
하나의 서비스에 여러 선택이 필요할 수도 있다.
개발자의 숙련도도 비용을 좌우하는 중요한 조건이다. 그러나 그것이 고객에게 적합한 경험보다 앞설 수는 없다. 특히 AI가 낯선 언어와 프레임워크의 구현 부담을 낮춰주는 지금은 더욱 그렇다. 물론 유지보수와 운영까지 포함한 비용은 여전히 따져야 한다.
망치를 들면 모든 문제가 못으로 보인다
공부하거나 개발 자체를 즐기기 위한 사이드프로젝트라면 도구에서 시작해도 좋다. Swift를 배우고 싶어 앱을 만들든, Electron을 익히려고 프로그램을 만들든 그 자체로 목적이 있으니까.

하지만 사업이라면 순서가 달라야 한다.
심리학자 매슬로의 말을 빌리자면, 가진 도구가 망치뿐이면 모든 문제가 못으로 보인다.
개발자에게 그 망치는 자신이 잘하는 언어나 플랫폼일 것이다.
시장은 우리가 잘 다루는 도구에 맞춰 존재하지 않는다. 먼저 해결할 문제를 찾고, 그다음 어떤 도구를 들지 결정할 일이다.